|
(김의겸 기자, "어느 기자의 이중생활", 한겨레, 2009.12.9)
"외고생들을 많이 뽑기로 유명한 대학이 있다. 그곳 교수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딱하다는 듯 혀를 찬다. “시골 출신은 달랑 혼자서 입학하지만, 외고 출신은 그 학생을 키워낸 부모의 재력과 권력, 인간관계가 몽땅 함께 입학하는 거잖아. 당장 기부금부터가 다르지. 김 기자라면 누구를 뽑겠어? 한 신문사는 장차관, 국회의원 자식들이 유난스레 많다. 거기서 오랫동안 편집국 지휘봉을 잡았던 대선배에게 따졌다. “고관대작 자식들은 뭐가 다릅니까?” 되레 묻는다. “김 기자 클 때 아버지 책꽂이에 책이 몇 권이나 꽂혀 있었나? 놀러 오는 아버지 친구들은 직업이 뭐였나?” 말문이 막힌다. “책 구경이라도 더 했을 거고, 아버지 친구들이 다 중요한 취재원이잖아.”" (이승훈 기자, ""성령이 강렴해도, 수능은 등급매기기"", 오마이뉴스, 2009.11.14)
"어제 저녁 뉴스를 보니 1만명 이상이 시험을 포기했다고 한다. 고사장에 오지 않고 어디 갔는지 모르겠다. 어딘가에서 출구가 보이지 않는 방황을 시작했을 것이다. 1만명의 행방을 궁금해 하지 않는 세상. 그들은 잘라서 버리면 되니까. 가르치는 대상에서 제외시키면 되니까. 그러면서 한 과목 시험이 끝날 때마다 인터넷에 정답을 발표한다. 야만적인 신속함이다." (배병삼, "가을은 간다", 한겨레, 2009.11.5)
"<중용>에서 “먹고 마시지 않고 사는 사람이 없건마는, 제맛을 알고 먹는 사람이 드물다”라는 말도 이 대목에서 뜻이 깊다. 정녕 누구나 밥을 먹고 살아가긴 하지만 끼니마다 먹는 밥맛이 다 다름을 느끼면서 살아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고보면 “밥 먹을 때는 말이 없었고 잠잘 때도 말이 없었다”(食不語, 寢不言 <논어>)는 공자의 삶은 ‘밥맛을 제대로 알고 먹으며 사는’ 드문 경우에 속한다. ‘먹고 잘 때 말이 없었다’는 것은 먹고 자는 일 그 자체에 오롯이 하나가 되어, 먹을 때는 ‘먹는 사람’이 되고 잠잘 때는 ‘잠자는 사람’이 될 뿐이라는 뜻이다. 먹고 자는 일이 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서 완결되었다는 것." (한홍구, "권재혁을 아십니까", 한겨레, 2009.11.3)
"이 땅의 40대 이상은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1975년 인혁당 사건의 하재완이 사형당했을 때 그의 막내는 4살이었다. 잘해야 여덟, 아홉 살 먹었을 동네 형아들은 4살짜리 꼬마를 빨갱이 새끼라고 새끼줄로 나무에 묶어놓고 사형시키는 놀이를 했다고 한다. 그 형아들은 무슨 죄인가? 그 시절을 산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간첩 사건 발표 날 때 정말 큰일 날 뻔했다고, 저런 것들은 잡아 죽여야 한다고 박수 치지 않았던가? 마침 그 골목에 살지 않았을 뿐, 그 암울한 시절을 산 사람들은 모두 새끼줄 한 자락을 잡고 있었던 셈이다." (김규항, "사회 디자인", 한겨레, 2009.10.28)
"애석하게도 우리 사회는 이미 미국식으로 접어들었다. 그 흐름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인물은 역시 박원순씨일 게다. 그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공언하며 부자들과 손잡고 일해왔다. 그러나 얼마 전 국정원의 명예훼손 소송에 대응하여 발표한 그의 글은 그의 사회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스스로 드러낸다. “(이명박 정권 이후)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를 드나들었던 기업인들이나 대기업의 임원들은 철새처럼 모두들 날아갔습니다. 다시 원점에 섰습니다.”" (서경식, "‘무관심 벽’ 두드렸던 일본 저항화가들", 2009.10.23)
"우리의 ‘예술해방군’은 열심히 준비를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그날 청중은 많지 않았다. ‘예술해방군’ 중 한 명은 학우들에게 알림 전단지를 뿌렸으나 ‘전쟁’이라는 글자를 보기만 해도 뒷걸음질 친다며 탄식했다. 지인들에게 참가를 호소해봤자 대체로 “너무 진지하군” 하는 반응만 돌아올 뿐이란다. ‘진지하다’라는 말은 상대와 거리를 두기 위해 일본 학생들이 흔히 쓰는 소극적 거절의 의사표시다. 불안을 외면하려는 사람들에겐 ‘진지’하고 ‘무거운’ 것은 성가실 뿐이다. ‘예술해방군’들은 자신들이 일상적으로 부딪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다시 한 번 확인한 셈이다." (김기태 기자, "가구당 자산보유액 비교해보니…7억원 대 50만원", 한겨레, 2009.10.21)
"자산 소유의 편중 현상은 2000년대 들어 계속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산 기준지니계수는 2001년 0.6185에서 2002년 0.6132로 소폭 하락했으나, 이후 해마다 꾸준히 올라 2007년에는0.6499까지 올랐다. 지니계수는 0~1 사이의 수치로 계층별 불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에 가까워질수록 부의 분배가 불균등한 것이다. 통계청, 국회 예산정책처 등 관련 기관은 자체 분석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자료의 민감성 때문에 공개를 꺼리고 있다. 계층별 자산 격차는 소득 격차보다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도시근로자가구(2인 이상) 기준 소득 지니계수는 0.325로, 이번에 발표된 자산기준 지니계수가 갑절에 이르렀다. 소득 지니계수 역시 2000년 0.286에서 해마다 급격하게 올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11·2005년 기준)을 이미 넘어섰다." (김종철, "슈마허의 찻잔", 한겨레, 2009.10.23)
"그리하여 슈마허는 심장에 지병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급한 메시지를 가급적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지 않고 대륙과 해양을 넘나드는 강연여행을 강행하였다. 그러던 중 1977년 9월 어느 날 스위스의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기차 안에서 과로에 지친 그는 결국 심장발작을 일으켰고, 손쓸 틈도 없이 목숨을 거두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각 잉글랜드 남부 시골에 있던 슈마허의 집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바람 한점 없는 고요한 가을날 오전 10시께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도 갑자기 부엌 찬장에서 찻잔 하나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것이다. 그것은 바로 슈마허가 평생 애용하던 찻잔이었다." 남산에 놀러 갔다가 '남산 포토 아일랜드' 표지판을 휴대폰으로 찍어왔다. 올해 벚꽃이 필 무렵 남산에 꽃구경을 왔다가 이 표지판을 처음 봤는데, 영어문법 틀린 곳이 몇 군데 있어서 기억에 남았다. 남산도서관과 장충동 방면으로 내려가는 길 중간에 있는 포토 아일랜드에는 동일한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추석 전에 왔을 때는 사진 찍는 걸 깜빡했는데 오늘은 용케 기억이 났다.내가 문법이 틀렸다고 생각한 부분을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a photo island'→'the photo island'(여기서 포토 아일랜드는 남산에 조성된 것만을 가리킨다. 정관사를 쓰는 게 옳다고 본다.) 'design'→'designed'(수동형으로 고쳐야 맞다.) 'visitor'→'visitors'(복수형으로 고쳐야 뒤에 나오는 wish와 어울린다. 아니면 a visitor라고 쓰고 wish를 wishes로 고쳐야 된다.) 'picture'→'pictures'(역시 복수형으로 쓰는 게 맞다.) 이건 순전히 미천한 내 영어실력에 기초한 판단이다. 뭐가 맞는지 한번 잘 살펴보자. (황현산, "몽유도원도 관람기", 한겨레, 2009.10.16)
"그래서 <몽유도원도>의 관람은 일종의 순례 행렬이 되었다. 사람들은 반드시 <몽유도원도>가 아니라 해도 위대한 어떤 것에 존경을 바치려 했으며, 이 삶보다 더 나은 삶이 있다고 믿고 싶어 했다. 저마다 자기들이 서 있는 자리보다 조금 앞선 자리에 특별하게 가치 있는 어떤 것이 있기를 바랐고, 자신의 끈기로 그것을 증명했다. 특별한 것은 사실 그 끈기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은 두텁고 불투명한 일상과 비루한 삶의 시간을 헤치고 저마다의 믿음으로 만들어 낸 일종의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아흐레 동안 국립중앙박물관의 광장에 구절양장을 그린 긴 행렬은 이 삶을 다른 삶과 연결시키려는 사람들의 끈질긴 시위였다." |
카테고리
이전블로그
최근 등록된 덧글
교생할 때 우리반이었던 2..
by bubbykim at 11/20 담당공무원이 초등학교 .. by bubbykim at 10/30 이런 표지판 문구를 누구에.. by creep23 at 10/28 햇님이 지적한 부분이 다 .. by bubbykim at 10/28 설악동은 시간이 너무 걸릴.. by creep23 at 08/31 햇님 체력이면 설악동으로.. by bubbykim at 08/31 시간 날 때 연락하삼. by creep23 at 08/24 '한국디자인진흥원'(des.. by creep23 at 06/23 와 이거 진짜 좋은데요? 근.. by 깨 at 06/23 수정했음. by creep23 at 02/26 메모장
이글루 파인더
|